통풍은 흔히 ‘남성 질병’ 혹은 ‘잘 먹는 사람의 병’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가락이 붓고 아픈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통풍은 단순한 관절 통증을 넘어 심각한 전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특히 최근 의학 연구에서는 통풍이 뇌졸중과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위험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관절만 아픈 것 같지만, 내부에서는 염증과 혈관 손상이 진행되며 우리 몸의 핵심 장기를 위협하는 것이죠.
이 글에서는 통풍이 어떻게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지, 왜 ‘관절의 병’이 ‘심장의 병’으로 이어지는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보고, 예방과 관리에 필요한 실천 방안을 함께 소개합니다.
통풍은 단순 관절염이 아니다
전신 대사질환의 경고 신호 : 통풍은 고요산혈증으로 인해 요산 결정이 관절에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대부분 발가락, 발등, 무릎 등 하체 관절에 급성 통증이 발생하지만, 그 뿌리는 단순히 ‘관절의 문제’가 아닙니다. 통풍은 ‘대사 질환’이며, 우리 몸의 내분비와 순환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 염증성 질환입니다. 특히 요산 수치가 높다는 것은 이미 혈액 속에서 염증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는 심혈관계에도 큰 부담이 됩니다.
요산은 항산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동맥경화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이때 혈관은 점차 딱딱해지고, 좁아지며, 결국에는 혈류가 막히는 ‘심혈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요산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과 같은 대사증후군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키는데, 이 모든 요소는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주요 위험인자 이기도 합니다.
통풍 환자 중 상당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우연이 아닙니다. 미국 심장학회 및 국내 대사증후군 관련 자료에 따르면, 통풍 환자의 뇌졸중 위험은 일반인보다 1.8배, 심근경색 위험은 약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풍을 ‘관절병’으로만 인식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통풍은 몸이 보내는 전신 경고이며, 이 신호를 무시할수록 더 큰 질환이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연결고리
침묵 속에 진행되는 염증과 혈관 손상 : 통풍과 심혈관질환 사이의 관계는 겉으로 보기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속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 이상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입니다. 요산이 과도할 경우, 혈관 내 염증 반응이 촉진되면서 내피세포는 점차 기능을 잃게 됩니다. 내피세포가 망가지면 혈류 조절이 어렵고, 혈소판 응집이 증가하여 혈전(피떡)이 쉽게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혈전은 갑작스럽게 심장(관상동맥)을 막아 급성 심근경색을 유발하거나, 뇌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허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대부분 무증상으로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통풍 환자는 손발 끝 통증에는 민감하지만, 정작 몸 안에서 진행되는 염증성 변화와 혈관 손상에는 둔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발가락이 아픈데, 내일은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죠.
또한 통풍 환자 중 다수가 가지고 있는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질환은 이미 뇌와 심장의 혈관을 위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위에 요산까지 과도하게 쌓인다면, 염증과 혈전 위험은 배가됩니다. 실제로 뇌졸중 환자의 20% 이상이 이전에 통풍이나 고요산혈증 병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심근경색 환자 중 통풍 병력이 있는 경우, 사망률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처럼 통풍은 더 이상 단순히 ‘먹는 걸 조절하면 되는 병’이 아닙니다. 통풍 발작은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그 아래에는 심각한 혈관 손상이 잠재해 있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요산 수치 측정과 염증 반응 검사는 물론, 뇌와 심장 건강을 고려한 예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방과 관리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것이 곧 생명을 지키는 일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통풍으로 인한 뇌졸중과 심근경색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요? 핵심은 요산 수치의 철저한 관리입니다. 통풍은 치료와 예방이 명확히 가능한 질환입니다.
첫째,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퓨린이 많은 식품, 특히 내장류, 육류, 어패류, 고당 음료는 요산 생성을 증가시키며, 알코올, 특히 맥주와 소주 등은 요산의 배출을 방해해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반대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소변을 통해 요산이 배출되어 혈중 농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합니다. 과체중은 통풍과 심혈관질환 모두의 주요 원인입니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수영, 자전거 등)을 주 3~4회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요산 수치를 낮추고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 급성 통풍 발작 중에는 운동을 피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약물 치료는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지속해야 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통증이 없다고 해서 요산강하제를 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입니다. 무증상 고요산혈증 상태에서도 내부에서는 혈관 손상과 염증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꾸준히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신장 기능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기존 약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우수한 신약도 많이 나와 있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 나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다면 더욱 조기에 통풍과 요산 수치를 점검하고, 뇌·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관리를 해야 합니다. 건강검진 때마다 요산 수치는 단순 수치로 흘려보지 말고, ‘나의 혈관 건강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라 생각하세요.
통풍은 그 자체로도 고통스러운 질환이지만, 방치하면 뇌졸중과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전신 경고 신호입니다. 발가락 통증에서 멈추지 않고, 내 몸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 통풍을 앓고 계시거나, 가족 중 해당 질환을 겪는 분이 있다면, 반드시 요산 수치를 철저히 관리하고 혈관 건강까지 생각한 치료 계획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사소한 관리 하나가, 내일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