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치료가 어렵고,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어 빠르고 정확한 진단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2020년대 초 코로나19를 경험한 이후, 우리는 얼마나 신속하고 비접촉식으로 질병을 감지하느냐에 따라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기술은 체취, 즉 사람의 냄새를 이용한 감염성 질환 진단 방법입니다. 체취에는 질병에 따른 생화학적 변화가 반영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해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조기 진단이 중요한지, 기존 진단 방식이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 체취 분석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감염성 질환 조기 진단의 필요성과 기존 기술의 한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감염병 진단 방법은 증상이 나타난 이후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받거나, 항원 키트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야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감염자가 무증상일 경우에는 주변에 질병을 퍼뜨릴 수 있는 위험이 높은데도 진단되지 않은 채 일상생활을 하게 됩니다. 특히 어린이나 고령자, 면역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조기에 병을 발견하지 못하면 합병증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더 빠르고 간편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들은 정확도는 높을 수 있지만, 검사 과정이 번거롭고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검사 비용이나 시간의 부담, 접근성 문제로 인해 모든 사람에게 적시에 제공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비침습적이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실시간에 가까운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체취 기반 스마트 진단 기술의 원리와 실제 적용 사례
사람의 몸에서는 항상 다양한 냄새 성분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호흡을 통해, 땀을 통해, 심지어 피부 표면에서도 다양한 휘발성 화합물들이 방출되며, 이 성분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몸 상태를 드러내는 신호가 됩니다. 특히 감염이 발생했을 때는 체내 면역 반응, 염증 반응, 대사 변화 등에 따라 체취의 구성 성분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결핵에 감염된 사람의 호흡에서는 평소보다 알데하이드 계열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많이 검출되는 특징이 나타나고, 독감에 걸렸을 경우에는 피부 땀 속에서 아세톤이나 이소프렌 농도가 달라지는 변화가 관찰됩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호흡에 포함된 에탄올이나 메탄올 등 특정 화합물의 농도 패턴이 변하게 되며, 이는 감염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러한 체취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 중 하나가 전자코(Electronic Nose)입니다. 전자코는 실제 후각처럼 여러 개의 센서를 통해 냄새 패턴을 감지하고,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분석하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특정 질환에 특징적인 체취 패턴을 데이터화할 수 있으며, AI 알고리즘과 결합하면 감염 여부를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피부에 부착하는 소형 센서 패치가 있습니다. 이 패치는 땀이나 피부 분비물을 감지해 화학적 성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사용자에게 경고를 주거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스타트업은 이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초기 단계에서 판별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학교나 병원에서는 입구에서 체취를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 중입니다.
기술의 한계와 일상 적용 시 주의할 점
체취 분석 기술은 비침습적이고 빠르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점에서 매우 유망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체취라는 것이 질병에 의해서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최근 잠을 얼마나 잤는지, 환경이 얼마나 습하거나 더운지 같은 일상적인 요소들도 체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체취 데이터만을 가지고 감염 여부를 단정하는 것은 여전히 신중해야 하며, 센서의 민감도와 정밀도, 장기적인 유지보수 등이 실용화를 위한 관건이 됩니다. 또한 체취를 수집하는 센서나 분석 장치는 일정한 교체 주기와 보정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AI 분석을 활용할 경우, 학습된 데이터에 편향이 있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나이, 성별, 인종에 따라 체취 구성 성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정확하려면 매우 다양한 샘플을 학습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편화된 기준을 정립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체취도 일종의 생체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를 수집하고 저장할 때는 반드시 사용자의 동의와 안전한 보관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누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식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법적·윤리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취 분석 기술은 기존보다 훨씬 빠르고 넓은 범위에서 감염병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체취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체온, 심박수, 산소포화도 같은 다양한 생체 신호와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할 경우, 감염 여부뿐 아니라 면역력 저하나 스트레스, 피로도 등의 신체 상태까지 예측할 수 있는 통합 건강 관리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체취 기반 감염성 질환 진단 기술은 아직 완전히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기술적 잠재력과 실제 활용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일상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건강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용자는 이 기술을 단순한 진단 도구가 아니라, 신호를 미리 감지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조기 경고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